내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면서 작성한 글이 작년에 어처구니없이 퇴사를 하고, 그 여파로 계열사에서 하던 강의도 보복성으로 못하게 되었다는 글이었다. 퇴사를 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직속상사 L이 폭언과 갑질 때문이었다. 단순히 나한테만 폭언을 했기 때문에 퇴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L이 하는 짓이 속된 말로 눈깔이 돌아 보였다. 발생한 이슈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대안을 가지고 찾아가서 "한 가지 말씀 더 드리고 퇴근하겠다" 했더니 "무슨 얘기를 더 하냐"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냥 딱 눈깔이 돌아보였다.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판단되어 대안은 집어치우고, 그 자리에서 퇴사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L의 반응이 더 가관이었다. "허!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네" 나야말로 헛웃음이 나왔다. 후에 이 사건은 크게 이슈가 되어 대표실까지 흘러들어갔으며 아무런 이슈가 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졌으나 L은 억지와 갑질을 멈추지 않고 보복을 했다.
L은 사회생활 경험이 길지 않고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부하직원에게 폭언을... L 본인이 밝힌 자신의 히스토리에 따르면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KT에서 인턴을 1년 했다고 했다. 집안에서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 점장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특별히 기간을 언급하지 않은걸 보니 기간이 그리 길어 보이진 않았다. 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 양육을 끝내고 학원을 다니다가 강사가 된 케이스였다. 나와 L은 나이대가 비슷했는데 이미 아이가 중 고등학생이었다. 강의를 하긴 했지만, 관련 과목으로 직장생활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학원의 부원장으로 승진되고 난 후 본사로 발령이 난 케이스였다. 이 기간 동안의 사회생활을 다 합쳐도 아마 5년 남짓일 것이다.
당시 나는 회사 앞 강남대로에 위치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는데 거기를 가리키더니 "저기 월세 한 50만 원 해?"라고 하는 것이다. 오피스텔은 월세와 관리비를 합해서 최소 200만 원이 들었다. 강남 한복판이었기에 아주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 이 회사를 다니기 전에 계약 한 집이었다. 이 회사를 출근하기 전에 나는 당시 월급의 2배 이상의 수입이 있었고, 이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할 생각이었으나, 본사로 출근을 하게 되어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왜 팀원들의 급여가 낮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사람은 서울에서 월세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L의 부하 직원들은 급여가 매우 낮았다. 이 사람은 서울 변두리는 월세 20이면 집 구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내가 속해 있던 팀을 맡고 있던 임원이 TF 리더로 발령이 나던 날이었다. L을 본사로 데리고 온 장본인이었다. L이야 당연히 감사한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임원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회사 앞에서 마주쳤는데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이 느껴졌다. 상당히 기분 나빴다. 사내에서 이 임원을 마주쳐서 인사를 하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옆 자리 동료에게 말하니 인사를 잘 받아 준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에게 말하니, 자신의 인사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람 원래도 상대방 스캔하냐 했더니 자신도 그랬다는 것이다. 심지어 불려 가서 외모 지적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인사를 받아주고 안 받아주는 사람을 정해두었나 보다. 그러니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혹은 긍정적인 마음이 생길 리 만무했다. 이 임원이 같은 건물 한층 위로 발령이 나는데 L이 임원에게 명품을 사서 선물을 해야겠으니 돈을 걷으라는 것이다.
팀원들 대부분 급여는 낮고 회사 사무실은 강남 한복판에 물가가 특히나 높은 지역에 있었기에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커피 한잔으로 때우거나 대충 샐러드를 사서 먹거나 했다. 그런데 돈을 걷어서 명품을 사 줘야 한다니... 게다가 자기가 절반을 낸다고 하더니 절반은커녕 너무도 당당하게 1/3을 낼 테니 나머지를 각출하라 했다. 폭력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어영부영 그냥 지나갔다. 임원이 이 선물을 받고 사양하는 시늉이라도 내길 바랐다. 애들 살기도 빡빡할 텐데 왜 이런 걸 사 오냐고. 나의 바람은 무참히 깨졌다. 그는 내가 만난 이례로 가장 행복한 얼굴로 파안대소하며 기뻐했다. 내가 바라긴 뭘 바랐던 건가.
L은 나이가 많은 여자 직원 중 한 사람씩 골라서 폭언을 했다. 타깃이 하나 정해지면 없는 이유라도 만들어서 팀의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폭언을 일삼았다. 나한테 폭언을 하기 전에 똑같은 일을 당하고 퇴사했던 사람은 일 년 반이 넘도록 트라우마가 남아 구직활동을 쉴 정도였다. L이 강의처에도 일을 못 하게 손을 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된 대우(급여)도 받지 못하고 일할 거라면 이런 쓰레기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퇴사가 완전히 정리되기도 전에 나는 강의처에서 아예 도려내졌다. 하루 열두 시간씩 몸을 거의 깎아가면서 일을 했는데, 교통사고가 났어도 입원보다 강의를 먼저 신경 썼는데 나의 신념과 노력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노력의 대가가 이런 거라면 나는 노력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상처라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퇴사 전 직속상사와 면담을 하고 그것을 서류로 남겨야 하는데 이 사람은 나를 붙잡은 일이 없다. 그런데 본인은 나를 세 번이나 붙잡았으나 내가 극구 나간다고 해서 퇴사하는 것으로 상담을 종료한다고 서류를 남기는 것을 보았다. 내가 사람을 정확히 본 것이다.
나의 퇴사 이후 나와 함께 일하던 팀 동료가 사직서를 제출하자 L은 그 당일 나에게 전화를 했다. L을 알고 난 이례로 가장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뭘 하고 있냐고 안부인사를 했다고 한다. 소름이 끼쳤다. 전화를 받으려던 의도는 아니었으나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다가 전화가 자동으로 받아져 버렸다. 이런 일도 처음이었다. 너무 당황해서 응대를 했더니 무슨 만화 속에서나 나오는 일을 내가 직접 겪게 된 것이다. 불과 한 달 정도 직전에, 나에게 폭언을 하고, 외모를 비하하고, 그리고 경제적으로 보복까지 해 놓고 안부인사라니. 역시나 내가 사람을 정확히 본 것이다. 쓰레기랑 엮이면 쓰레기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L이 회사에서 없어졌다고 연락을 받았다. 내가 퇴사하고 난 이후에 온 후임자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일삼았다고 했다. 후임자는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을 주변에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심지어 이 사람은 임산부였는데... 누가 들어도 까무러칠 정도의 폭언을 했다고 한다. 제정신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L로 인해 겪은 쓰레기 같은 일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나를 자꾸 괴롭히고 후회하게 만든다. 폭언을 할 때 "왜 말씀을 그렇게 하시냐"라고, "그런 말은 범죄자에게나 하는 거라고 말씀 삼가시라"고 했었어야 하는데... 마지막 상담할 때 "님이 저 언제 잡으셨냐고 왜 거짓으로 작성하시냐"라고... "임원에게 사준 선물은 당신의 마음을 전달한 것이니 삥 뜯은 돈 돌려 달라"라고... "막말한 거 사과하라"라고... 했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행동하지 못 한 내가 스스로에게 상처가 되어서 아직도 매일매일 떠오른다.
며칠 전 나보다 앞서 L의 괴롭힘으로 퇴사를 했던 동료와 일 년 반 만에 재회를 했다. 당시에 L에게 "왜 그렇게 행동하냐, 이건 엄연한 폭력이니 그만하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 했다고, 그동안 연락하고 싶었지만 내가 괜히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 연락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 동료도 최근에서야 새로운 직장을 찾아서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단 1초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기억일 정도로 힘들다고 했다. 아직 이 팀에서 일 하고 있는 동료는 L은 자신의 잘못이 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이 두 동료들에게 L이 인과응보를 받게 돼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후련하다고 고백했다.
누군가의 고통을 즐긴다는 게, 인간으로서 마땅히 할 수 있을 법한 행동은 아니지만 요즘 더 글로리의 결말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인과응보를 받는 자들의 비애는 동정하거나 애석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과응보가 존재해서 참 다행이다.
자신의 지위나 힘을 이용해서 막말, 폭행, 폭언하면서 살지 마라! 뿌린대로 거두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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